휠체어 탄 친구 동민이를 응원하는 이유

 

일상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같은 공간에서 술 한 잔 기울이는 것도 어렵다. 특히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술을 마시러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부터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순탄치 않은 여정을 거쳐야 한다.

길가에 산재해 있는 방지턱은 물론이고, 화장실의 작은 턱하나조차 그들에는 거대한 성벽이다. 장애인들은 사회적인 편견 외에도, 그야말로 우리 사회에 곳곳에 있는 수많은 장애물과도 맞서야 하는 것이다. 

유명 놀이패에서도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동민이는 지난해부터 알게 된 친구이다. 물론 동민이도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동민이는 손재주가 좋아서 꽹가리와 장구 같은 전통 악기도 잘 다룬다. 게다가 노래도 잘 부른다. 그래서 일까. 동민이는 유난히 '판'을 좋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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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지인들과 즐기는 술판, 풍물패의 공연이 펼쳐지는 놀이판이 대표적이다. 동민이는 심지어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자리조차도 장애인 판이라고 부른다. 그런 동민이가 며칠 전 장애인들의 '술판'에 비장애인인 나를 초대했다.  

지난 10일 오후, 충청남도장애인체육대회를 마친 장애인들은 충남 홍성의 한 주점에 모였다. 이 자리에는 장애인 펜싱 국가대표 김정아 선수도 와 있었다. 충남장애인체육대회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보치아 홍성 대표 선수들도 함께했다. 장애인체육대회를 마치고 난 선수들의 뒤풀이 자리인 것이다. 

그동안 동민이와 만나는 자리에서 동민이는 늘 혼자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동민이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내가 혼자가 되었다. 동민이와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쯤 되자 장애인들의 불편함이 좀더 선명하게 들어 왔다.

휠체어 장애인들은 술 한 잔을 마시더라도 1층인지, 아니면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인지, 또 방지턱은 없는지도 꼼꼼히 살폈다. 술자리를 파하고 주택가 이면도로를 휠체어에 의지해 가는 장애인들을 보다 보니 여러 가지 상념들이 뇌리에 차올랐다. 그 사이 차들은 그들의 옆을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위험해 보였다.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동민이는 평소 내게 "우리 같은 장애인들에게 이동권은 매우 단편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며 "장애인들이 집에만 있지 말고 당당하게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해 왔다. 자주 보고 함께 할수록 장애와 비장애인의 경계가 허물어 질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실제로 장애인들이 집이나 시설 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우리는 어느덧 장애인들의 존재 자체를 잊고 살아가고 있다. 눈에서 멀리 떨어져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보니,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도 쉽게 눈에 들어 오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불편해 하는지를 직접 두눈으로 확인해야 장애인과 관련된 정책도 좀더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인지 동민이는 요즘 나에게 장애인 판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 주고 싶어 하는 눈치다. 이미 동민이는 나에게 한 가지 사실을 확인 시켜 줬다. 장애에 대한 편견은 장애인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없어진다는 점이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술판이든 놀이판이든 언제든 자유롭게 만나 신나게 한판 놀 수 있는 세상, 어쩌면 그것이 바로 동민이가 꿈꾸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그런 동민이의 꿈을 응원 한다.

 

오마이뉴스 이재환 기자

 

( 이재환 기자는 홍성 예산 등 내포지역에서 독립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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