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가끔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 모씨 덕분에 공권력에 대한 '신뢰'는 이미 사라졌고, 이명박씨 덕분에 정치나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도 무너졌다. 물론 경제성장이나 교육 정상화에 대한 기대는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뢰의 붕괴의 붕괴는 결코 경제적인 가치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이다. 신뢰를 쌓기 위해선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토록 중요한 신뢰가 요즘 차례로 무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일 이명박씨가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한다고 한다. 소통이나 대화는 이 정부 들어서 단골처럼 등장하는 말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볼 때 이명박씨의 대화법은 언제나 '혼잣말'이었고, 그의 소통방식은 대체로 '일방 통행'이었다.

그가 굳이 추석 직전인 9일을 '국민과의 대화'일로 정한 것은 아마도 '추석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추석에 온국민이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모여 그에 대한 '악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이다.

그 때문일까. 이른바 '국민과의 대화'의 날에는 TV를 아예 꺼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물론 그 이유는 이명박씨에 대한 '유감'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그동안 수시로 소통을 말하면서도 정작 소통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단순히 립서비스뿐이라면 그의 모습이나 이야기는 이제 더이상 보기도 듣기도 싫은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 기회에 그에게도 '불통'이 얼마나 답답한 것인지를 알려 주고 싶은 심정이다. 타인의 말을 귀기울여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과 대화를 시도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 일인지 이번 기회에 그도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당수의 국민들이 그에게 느꼈을 '감정'을  그도 똑같이 느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흥미로운 상상을 하나 해보자. 만약 '국민과의 대화' 시간에 전 국민이 동시에 텔레비전을 꺼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금 양보해서 다수의 국민들이 '국민과의 대화'를 외면해 시청률이 1-2% 밖에 안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게 되면 이명박씨는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이런게 불통의 속성이다. 이는 실제로 그동안 국민들이 그의 말이나 행동에서 느꼈던 답답함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그가 말로만 하는 사과나 변명을 되풀이 하며 언행의 불일치를 보인다면,  그나마 '본전'을 건지기도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