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물대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6.29 "아저씨도 물대포 한번 맞아 보세요"
  2. 2008.06.04 MB는 촛불을 이길 수 없다
경찰이 유모차에 소화기를 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집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죄를 짓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28일 밤 9시 지하철에 몸을 실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추적 추적 비가 내리는 시청앞 광장을 한바퀴 돌아 국가인권위 쪽으로 해서 청계광장까지 무작정 걸었다. 오고 가며 마주친 사람들의 표정은 이전 처럼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공권력은 오늘도 여전히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작렬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센스도 없다. 빗줄기를 무릅 쓰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에게 겨우 물대포나 쏘다니, 이 기묘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밤 10시 20분. 동아일보 부근 청계 광장 인근에선 젊은 청년과 50세 쯤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주제는 '폭력시위'였다. 젊은이는 중년 남성에게 시민들이 다소 폭력적으로 변한 것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며 이해를 시키고 있는 듯 보였다.

이때 우비차림의 중년 아줌마 두 분이 50대 남성을 향해 "아저씨도 물대포 한번 맞아 보세요", "댁에 가셔서 그냥 푹 쉬세요"하며 톡 쏘아 붙이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구경꾼이 되어 버린 나는 머쓱했다. 정곡을 찔린 기분이 들어서다.

다시 프레스센터 앞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찰의 최전방 저지선이 위치한 곳이다. 경찰은 이날도 청와대뿐 아니라 조선과 동아일보도 충실히 지켜 주고 있었다. 도로 양쪽을 닭장차로 막아선 풍경은 '명박산성' 다음가는 서울의 '명물'로 기록 될 듯 싶다.

10시 40분. 경찰의 닭장차 앞에서 경찰과 대치한 시민들은 여전히 "폭력경찰 물러가라", "이명박은 물러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프레스센터 옆 작은 계단에선 한 아주머니와 7세쯤으로 보이는 사내 아이 하나가 초를 줄지어 놓고 차례로 불을 밝히고 있었다. 누가 감히 이들을 '친북 좌파 반미 세력'으로 단순 규정할 수 있을까. 가슴이 답답했다.

다시 시청앞 광장으로 돌아와 담배 한대를 피웠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인지 담배도 축축했고, 내 마음까지도 축축한 빗물에 젖어드는 듯 했다. 담배를 반쯤 피웠을까.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큰 박스 두개씩을 각각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

"어디까지 들고 가세요?" 아무 생각없이 튀어 나온 말이었다. "촛불 다방이요!" 반가운 이름이다. 촛불 집회자들의 밤샘 도우미. 그들이 타준 커피 맛은 이미 '촛불'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었다. 나는 말없이 박스 하나를 받아 들고, 그것을 '촛불 다방'까지 들어다 주었다. 한심하긴 하지만, 이것이 이날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다.

한참을 광화문 일대를 돌아 다니다 집에 돌아오니 새벽 12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렸지만, 오늘 역시도 <오마이뉴스>에 접속해 촛불시위 동영상을 보게 된다. 구경꾼의 삶이자, 비겁한 방관자의 삶인지도 모르겠다. 그속에 오롯이 녹아 들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

이 지루한 싸움의 끝은 무엇일까. 촛불을 든 그들은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에 있어야 하는 것일까.

전경 시위 여성 또 집단구타 - 노컷뉴스
군화발에 짓밟힌 여성 살기위해 굴렀다- 한겨레

물대포를 제외하고는 집회가 비교적 평화로워 보여 집에 일찍 들어왔는데, 집에 돌아와 이 뉴스를 접했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피범벅된 하룻밤 부상시민 촛불이후 최대 - 경향신문

MB는 촛불을 이길 수 없다

내멋대로 칼럼 2008.06.04 00:07 Posted by 이재환

'제네들, 저러다 말겠지.'

아마도 정부는 이 정도 수준의 생각으로 촛불을 얕잡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쩌나?. 정부가 아무리 물대포를 쏘고 공권력을 동원해 엄포를 놓아도 촛불은 결코 지치거나 패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들은 정부와는 '노는 방식'에서부터 다르다. "미친소 너나 먹어!"라는 경쾌한 문장에서부터 정부는 이미 촛불시위대에 졌다. 그들의 의사 표현 방식은 이처럼 단순 명쾌하다. 미국 쇠고기가 그렇게 좋으면 '너나 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과학이 어쩌네 저쩌네 하며 떠는 것 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거기엔 웃음과 해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MB가 생각하는 '잃어 버린 10년'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자유와 평화,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소통방식이 만들어낸 차세대 한국인들인 것이다.

그들의 눈에 MB는 이미 과거이자 꼰대일 뿐이다. 어느날 갑지기 꼰대 하나가 나타나 그들에게 영어 몰입교육이내 뭐내 하며 '과거로의 회귀'를 권했다. 거기다 '급식으로 미친소 먹고, 대운하에 빠져 죽으라'니 꼭지가 돌만도 하다. 그래서 그들은 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촛불은 본의 아니게 MB 보다는 훨씬 덜 꼰대화된 세대들까지도 감동시켰다. 그래서 '예비 꼰대'들은 촛불소녀들의 뒤를 이어, 광화문으로 청계천으로 달려갔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역사는 아마도 이 사건을 '1차 디지털 혁명'이라고 기록할 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싸움의 기술에 있어도 정부 보다는 한수 위에 있다. 억압된 감정이나 분노를 푸는 방식은 물론 소통의 방식도 다르다. 마이크를 잡고 해산 명령을 내리는 경찰에게 "노래해"를 연발하고, 물대포를 쏘아대는 공권력 앞에 우의를 입고 나가, "쏴라, 쏴라~"를 외치기도 한다. 사정이 이런대도 정부는 최근 경대응으로 일관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를 분사하며 엄포를 놓는다. 그러면 그럴수록 시위대만 늘어날 뿐이다.

이쯤에서 MB는 자문해 봐야 한다. 아날로그적인 사고 패턴으로 디지털 세대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소통의 방식이 쌍방향이 아닌 설득을 가장한 '명령 하달식'은 아닌지를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그들은 누가 동원해서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간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들은 이미 시위를 축제와 문화 해학으로까지 발전 시키며 장기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는 그들과 싸우면 싸울 수록 불리해 지는 것은 오히려 정부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그들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정부의 말바꾸기나, 신뢰감 떨어지는 정책보다는 그들의 행동이나 말이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란 점이다. 재미와 감동은 사람을 모이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설득의 힘까지 갖추고 있다.

정책하나 가지고도 이리 저리 말을 바꾸며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꼰대 정부'가 3개월이 지나도록 못한 일을 그들은 단 며칠 만에 해냈다. 시청에 나가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 보라, 내 말이 틀린지.

물론 꼼수를 부려 이 순간을 모면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정치방식에는 감동이 없다. 따라서 사람이 모일리도 없다. 민중 없는 정치는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MB라면 차라리 촛불에게 백기를 들겠다. 그것은 결코 모양 빠지는 일이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미국과의 재협상이 어려운가. 그렇다면, 최소한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와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을 국민 앞에 사과하면 된다. 그렇다면 단순히 사과만 하고 끝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일까. 물론 아닐 것이다. 일본과 대만의 협상결과를 보고, 그 틈을 노려 반드시 재협상을 하겠다고 국민을 설득하면 된다. 그리고 실제로 그 때가되면 재협상을 시도해 국민이 흡족해 할만한 결과를 내면 된다. 그것이 바로 소통의 방식이자 감동의 정치이다. (물론 이 방법도 이미 늦은 듯 보인다.)

그러나 '꼰대 MB'는 촛불 뒤로 숨어 버렸다. 국민이 발끈하면 잠시 뒤로 숨어 있다가 다시 나와 딴소리를 한게 벌써 여러번이다. 바로 그런 태도 때문에 촛불 시위의 피켓에 'MB OUT'이란 문구까지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일까. 서른살 중반의 '예비 꼰대'인 필자의 눈에도 MB는 무척 위태로워 보인다. 고집을 부리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MB는 그들을 설득하기에 앞서 그들에게 지는 법부터 배워야 할 것같다.
<오마이뉴스 이재환>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