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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독자IN!

한국에서 아이 낳아 키울 배짱없다?

시사인에 실린 김현진의 글(무슨 배짱으로 아이를 낳으란 말인가)은 아마도 아마도 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일 것이다.

한국은 지금 사교육이 열풍을 넘어 거의 광풍 수준에 다다랐다. 게다가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를 낳아도 믿고 맡길 곳도 마땅치않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다행히 아이가 잘 자라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걱정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대학 등록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첩첩산중인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 낳는 일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같다. 김현진이 언젠가 칼럼에서 한 말에 그 답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안의 이명박부터 몰아내는 것'이다. (우리안의 이명박부터 몰아내자)

김현진은 칼럼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준 범인은 우리 안의 속물성이다. ‘내 아파트 값도 좀 확 뛰었으면’ ‘우리 아이는 자립형 사립고에 가고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했으면’ ‘나도 지금은 이렇게 살지만 이명박처럼 한가락하고 싶다, 아니면 내 자식이라도’ 하는 속물스러운 욕심, 저마다의 속물성이 이명박 대통령이 갖춘 온갖 속물성에 감응한 것이다."

바로 이거다. 우리는 지금 육아 문제를 이명박 당선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속물성에 기초해서만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어느 정도 결론은 나온다. 아이를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속물처럼 키우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아이를 새벽 댓바람부터 오밤중 까지 학원에 몰아 넣고 나몰라라 하는 부모가 되지 않으면 되고, 아이를 꼭 대학이란 틀에 가두려고 오만가지 궁상을 떨지만 않으면 된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런 걱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아이가 남들에게 크게 뒤쳐지지나 않을까. 나중에 자라서 힘있는 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지나 않을까하고 말이다. 물론 이런 고민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실제로 한국의 많은 부모들이 그런 이유에서 아이에게 '올인'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의 '의지'로만 디자인된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에 길들여진 아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도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것도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남들이 다 하니까 무작정 따라가는 방식만을 고집하다가는 아이가 비록 공부는 잘 할 지언정, 창의력은 '제로'인 상태로 성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들과 똑같이 오로지 성적에만 목숨 걸고 있는 사이, 아이는 자신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영영 놓쳐버릴 가능성도 있다. 

명문대학을 나와 창의력이라고는 단 한톨도 없이 국가의 요직에 앉아 있는 저들을 보시라. 국민들이 원하는 것, 당장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들에 의한, 자신들을 위한, 자신들만의 정책'을 펴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하나같이 명문대를 나왔다. 하지만 그런 그들 덕분에 요즘 세상이 얼마나 삭막한가.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우리안의 속물 근성부터 버리고 아이를 키울 것인가, 아니면 기를 쓰고 기존의 속물 근성에 따라 관성적으로 아이를 길들일 것인가. 과연 당신은 어느쪽을 선택하고 싶은가. 단, 후자의 경우 김현진의 지적처럼 웬만한 벌이로는 어림도 없다고 한다. 

시사인
무슨 배짱으로 아이를 낳으란 말인가
에세이스트 김현진

집안 어른들은 ‘너도 빨리 시집가서 애 낳아라’며 웃으시는데 같이 웃진 못하겠다. 여기저기서 출산율 저하가 어떻고, 요즘 젊은이들이 이기적이라 그렇다는 둥 20대 여성이 고생을 안 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둥 되는 대로 떠들어대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지금 대한민국 현실 속에서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아이한테 너무 미안해서 애 낳을 엄두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한살 두살 커갈 때 유기농 명품 이유식에 한우를 먹일 능력도 없고, 고급 유모차 태울 능력도, 영어 유치원 보낼 형편도 안 되고, 자립형 사립고는커녕 과외나 학원을 실컷 보낼 능력도 없을 것이고 분명 수천만원대에 달할 대학 학비 내줄 능력이 안 되는 우리는, 차마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그저 얼버무리고 만다.
다행히 사촌언니 부부는 둘 다 변호사라 그만한 능력이 되겠지만 나는 당장 내 입에 뭘 넣을지도 알 수 없으니 남의 애만 귀여워할 수밖에 없다.
(시사인 김현진님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