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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칼럼

나를 우울하게 하는 '노짱'

솔직히 난 기쁨이나 슬픔을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슬프면 통곡하며 울고, 기쁘면 아주 크게 웃고 그렇게 솔직해지고 싶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감정 표현이 영 서툴다. 그렇다고 내가 남의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단지 감정 표현이 서투를 뿐이다.

어제 오늘 약간의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듯하다. 아마도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모양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다 보면 나와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성통곡할 만큼 크게 슬픈 것은 아니지만 뭔가 허전하고 쓸쓸하면서 서글픈 그런 이상한 느낌 말이다.

어쩌면 노무현에 대한 마지막 기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가 돌아가셨으니 이제 더이상 그런 기대는 부질없게 되었지만.

불행히도 우리 나라에는 국난 비슷한 공적 어려움이 있을 때 믿고 의지할만한 원로가 별로 없다. 그나마 김수환 추기경이 그런 역할을 하셨지만, 그분도 올해초 운명을 달리하셨다.

어쩌면 노무현에게 그런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봉화에서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 자체가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으니, 사실 그것만으로도 족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그분에게 그런 소박한 행복마져도 허용하지 않았다.

취임초부터 정부문건 유출 논란으로 봉화에서 잘 살고 있는 '죽은 권력' 노무현을 괴롭히더니, 사돈에 팔촌까지 이잡듯이 뒤져서 결국엔 건수를 올리긴 했다. 물론 지난 정권의 뒷조사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 권력자의 부정과 부패가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척결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니까. 하지만 이번엔 너무 심했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은 역시나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역사는 돌고 돈다. 그건 진리다. 과연 이명박 정권은 이런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4년 후에 두고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