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월드컵 첫경인 브라질과의 경기는 아쉽게도 새벽 경기라 볼 수가 없었다. 비록 경기는 북한이 2-1로 졌지만 예상을 깨고 북한이 선전 한 모양이다.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칼. 북한이 속한 G조는 어느한팀 만만한 팀이 없다. 언론도 G조를 죽음의 조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니, 이에 대해선 더이상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북한의 선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단순한 측면에선 북한이 미우나 고우나 우리의 동족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전력상 G조 최약팀인 북한이 강팀을 상대로 비교적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외에도 북한을 응원해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는 더 있다. 최근 천안함 사태로 남북한간의 긴장이 극대화 되고 있다. 천암함 사태를 두고 오가는 남북 양측의 반응을 보면,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듯 일촉측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이런 시점에서 뜬금없이 북한의 선전을 기대하는 이유도 바로 그때문이다. 남북한 모두 16강 이상 올라갈 경우, 한반도 전체는 축제 분위기 일테고, 결국 그것이 남북간의 긴장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남북 정상이나 당국자들이 최근의 상황을 냉정하게 다시 돌아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다면, 그 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축구경기에서 상대팀의 공격이 쉴틈없이 거세지면, 일단 수세에 몰린 팀은 공을 뒤로 돌리며 시간을 번다. 이런 행동은 결국 상대팀의 공격템포를 늦춰 전세를 반전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남북 양측은 최근 지나치게 빠른 템포로 서로를 압박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서로를 몰아 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기 보단, 서로를 예의 주시하며 이 상황을 현명하게 풀어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북한의 16강 진출이 남북 모두에게 그런 시간을 제공해 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사실 최근 남북간에 오고가는 설전을 보면, 그 유치찬란함이 놀라울 정도인데다, 수준 미달에 가까운 양측의 정치적 역량만으론 도저히 이 문제를 해결할 것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월드컵을 즐기는 동안 만큼은 남북 모두 시간을 갖고, 상황을 극단으로 몰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그다지 지나친 기대는 아닌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강팀 속에 끼여 있는 북한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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