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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칼럼

금연 두달째, 아직은 잘 참고 있다

17년간 하루에 한갑 반에서 두 갑 이상을 피우던 담배를 끊고 지금은 금연 두 달째가 되었다. 그동안 말로는 담배를 끊겠다고 수도 없이 공언했지만, 사실상 단 한번도 금연을 시도해 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담배를 두 달째 피우지 않고 있으니 주변에서도 다들 신기한 모양이다.

흡연자들이 단지 의지가 약해서 금연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담배를 끊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찾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그랬으니까.

바꿔 말하면, 흡연자들이 금연 중에도 호시탐탐 또다시 담배를 피울 핑계를 찾는 것이 문제란 뜻이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금연에 실패하는 지름길이 되곤 한다. 이를테면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한대 피울까, X같은 세상 오래 살아서 뭐해 그냥 피우다 죽자, 오늘만 피우고 내일부터 끊지 뭐' 등 핑계가 다양하다.

금연에 성공하려면 일단 그런 핑계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핑계 대신 금연을 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늘 염두에 두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정부는 틈만 나면 담뱃값 인상 문제를 수시로 만지작거리곤 한다.

담뱃값에 붙는 지방세와 교육세가 얼만데, 흡연자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고 정부는 틈만 나면 담뱃값 인상을 운운하며 흡연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이쯤 되면 치사해서라도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금연의 '대의명분'인 셈이다. 세금은 세금대로 내면서 눈치는 눈치대로 보는 상황. 정말 짜증나지 않는가. 게다가 요즘은 금연구역도 많아서 흡연하기도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다.

담배 대신 껌을 씹었다

금연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금단 증상이다. 머리가 멍하거나, 갑자기 화가 나고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내 경우 이런 금단증세를 껌을 통해 극복했다. 물론 껌이 금단 증세를 제거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 껌을 씹는 동안 입안에 뭔가 있다는 만족감이 생긴다.

껌이 내겐 일종의 '연기와 니코틴 없는 담배' 역할을 해준 것 같다. 금단 증상이 가장 심하다는 초기 일주일간 담배 생각이 날 때 마다 수시로 껌을 꺼내 입에 물었다. 실제로 금연 일주일간은 껌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양의 껌을 씹었다. 덕분에 금단 증세를 잘 극복한 듯싶다.

"금단증세 극복, 완벽한 금연 성공은 아니야"

하지만 금단 증세를 극복했다고 해서 완벽하게 금연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술자리에서 그리고 누군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씩 강한 흡연욕구가 생기곤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 흡연욕구가 잘해야 몇 십 초 정도 지속되다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한참 담배를 피우던 시절엔 장시간 동안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되면 끝내 담배를 입에 무는 순간까지 그런 증세가 지속되곤 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꽤 양호한 편이다. 불과 몇 십 초 정도만 잘 버티면 별다른 금단증세 없이 흡연욕구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니 말이다. 

그때 문일까. 10년 이상 금연을 한 선배 금연자들의 조언이 이제 슬슬 실감이 나기 시작 한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 것이다'라는 조언 말이다. 비록 몇 십 초에 불과할 지라도 수시로 찾아오는 흡연 욕구를 평생 참아야 한다는 것, 사실 쉽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담배를 끊었다는 성취감(?)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승리감에 흠뻑 도취되어 본다면 금연도 그다지 어려운 일 같지는 않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욕은 욕대로 먹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결론은 과감한 금연뿐이다. 난 그래서 금연을 결심했고, 지금도 실천 중이다. ( 오마이뉴스 이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