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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시선

"아저씨 껌소리 좀 안나게 할 수 없나요?"

다른 사람에게, 그것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지적질’ 당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금연이후 오히려 이따금씩 타인의 지적이나 눈총을 받기도 하는데, 이제부터는 그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금연을 시작하면서 입안이 심심해 껌을 수시로 씹게 되었다. 문제는 이 껌소리를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하철 혹은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에서 껌을 소리 내며 씹을 경우 당연히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비록 그것이 고의가 아닐지라도 말이다.

물론 껌 씹는 소리가 불쾌한 소음이 되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늘 조심하고 챙기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금연을 위해 지나치게 껌을 자주 씹다보면 이런 기본적인 예절(?)을 망각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지하철이나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 삼매경이나 라디오에 심취해 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어폰을 끼고 볼륨을 높인 상태이기 때문에 입안에서 나는 껌 소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도서관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 보면, 누군가 옆에서 툭 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속으로 “아 내가 또 실수 했구나, 사과해야 겠군”하며 이어폰을 뺌과 동시에 저쪽에선 벌써 한마디가 날라 온다. “(퉁명스럽게) 아저씨 껌 소리 좀 안 나게 할 수 없나요?”

물론 이럴 때 잘못한 것이 명백하니 “아 죄송합니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잘 못들었네요”하며 변명까지 곁들인 사과를 하게 된다. 그러나 내 잘못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솔직히 모르는 사람이 내 어깨를 툭치는 것도 기분이 나쁜데다, 아침부터 그것도 사람 많은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지적을 당하는 것도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금연 세달 째 접어들면서 이런 지적을 두 번 당했다. 한번은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한번은 조용한 도서관에서. 아직 공공장소에서 껌을 씹는 노하우가 부족한 탓인지 최대한 조심한다고 해도 종종 이런 실수가 나온다. 껌을 씹는 것도 나름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혹시라도 어떤 남자가 지하철이나 도서관 혹은 어느 건물의 휴게실에서 껌을 씹고 있다면 그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길 바란다. 어쩌면 껌 씹는 모습이 서툴고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심지어 촌스럽기까지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나름 조용히 껌을 씹으려는 노력을 하는 듯 보이지만, 가끔씩 실수로 미세한 소음을 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절대로 나보란 듯이 일부러 큰소리로 껌을 씹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담배를 끊기 위해 껌을 선택하고 나름 사투를 벌이고 있는 금연자들일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예의와 상식에 벗어날 정도로 심각한 소음을 내는 껌씹는 소리까지 나무라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지적을 하더라도 상대가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배려를 하며 정중하게 지적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오마이뉴스 이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