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펼쳐지는 북한발 뉴스는 참 버라이어티 하다.
개성공단은 잠정 폐쇄 되었고 주가는 폭락했다. 게다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소식은 연일 신문 지상을 오르내리고 있다.
급기야 미국의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핵전쟁 위협을 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넘지 말아야 할 선에 근접하고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북한이 '선'을 넘을 경우 선제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그만큼 한반도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한국이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단지 북한의 도발 위협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도발만큼이나 두렵고 무서운 것은 뭘까.
아마도 그것은 남한의 '바닥 민심'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북이 도발해 주었으면, 그래서 이 상황이 종결되고 모든 것이 끝나 버렸으면 하는 사람들,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민초들이 비록 적은 숫자지만 이 땅에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치솟는 물가와 전월세난에 허덕이는 서민들 중엔 북의 도발 위협이 현실화되길 바라는 경우도 있다. 어제 길을 걷다 우연히 누군가 내뱉는 소리를 들었다. "차라리 전쟁이나 났으면 좋겠다"는 푸념이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지치다 못해 몸서리가 쳐지는 요즘 이 말은 내게 북한의 도발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
그만큼 우리네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 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이 비록 푸념일지라도 전쟁을 바랄만큼의 수준에 까지 이르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있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에도 북한의 도발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연평도 포격이후 우리군은 북한의 도발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멀쩡히 눈뜨고 당한 그때의 사건이 잠자던 한국군을 깨운 것이다. 북한도 한국군이 벼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이는 북한이 섣불리 연평도 포격에 준하는 공격을 감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북한이 남한의 내륙이나 수도 서울에 포격을 가한다는 것은 남한의 보복공격을 부르는 전면전을 의미 한다. 때문에 그들도 선뜻 공격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더구나 남북 전쟁은 북한의 김정은과 군부세력에게도 그들의 모든 기득권과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죽음의 게임이다. 전쟁 가능성은 그만큼 높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더 이상 내려놓을 것이 없고, 삶의 무게로 점점 더 지쳐가는 민초들에겐 상대적으로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옅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비록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그 반증이 바로 "전쟁이나 났으면 좋겠다"라는 푸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쩌면 우리가 정작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 아니라 내부에서 싹트고 있는 '불안'과 '불만'일지도 모른다. 남북 혹은 북미간의 문제는 힘들고 지지부진하더라도 시간을 갖고 대화로 풀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당장 생활고를 겪으며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서민들에겐 대화가 아닌 현실적인 대안이나 정책이 필요하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전쟁도 두렵지 않다는 민초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그래서 북한의 도발보다도 더 위협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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