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일상에서

민방위 훈련이 끝났다

오늘 아침 마지막 민방위 훈련을 받았다. 


민방위 훈련은 만 40세까지 받는다고 해서 내년에도 또 받는 줄 알았는데, 1973년생은 올해로 민방위 훈련이 종료된다고 한다. 물론 만 40세가 되는 내년 까지는 전쟁이나 국지전 혹은 각종 재난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소집에 응해야 한다. 그래도 아침부터 운동장에 모여서 시덥지 않은 연설을 듣는 고통은 면했으니 참 다행스럽다.


훈련이라고 해봐야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애국가 한소절 부르고, 구청장의 일장 연설을 듣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귀찮다. 여전히 국가에 의해 동원 되고 사실도 짜증이 나고, 아침부터 구청장 아줌마의 어설픈 연설을 듣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한국 남성들은 군입대를 통해 스무살 꽃다운 청춘을 바치며 2년 이상의 병역의무를 수행한다. 병역을 마치고 나면 7년 동안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그 중 처음 4년은 3박4일간 부대로 들어가 동원훈련을 받게 된다. 그러나 예비군 훈련이 종료됐다고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만 40세까지 일년에 한번 국가의 부름에 응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방위 훈련이다. 


민방위 훈련이 귀찮은 이유는 국가가 국방의 의무란 이름으로 한 개인을 거의 20년 가까이 마음대로 부려 먹으며 오라가라 하는 것에 대한 반감 탓 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민방위 훈련이 끝날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약간 아쉽긴 하다. 그래도 한편으론 속이 후련하다.


일부 여성들이 폐경이 되면 아쉬움 보다는 후련함을 느낀다고 하던데, 아마도 남성들이 민방위 훈련에서 벗어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년까지도 받아야 하는 줄 알았던 민방위 훈련이 올해로 모두 끝났다. 1년을 덤으로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다. 

'소소한 일상에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지를 보면 고 장진영이 생각나  (3) 2013.05.21
모심기, 오랜만에 사람노릇?  (0) 2013.05.20
5월의 꿈  (0) 2013.05.01
반년도 안되어 휴업한 PC방  (0) 2013.04.18
덥다, 참 덥다  (1) 2013.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