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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시선

벨브 열어 놓고 간 넋나간 가스점검원

지난주 토요일 오전에 가스 점검을 받았다. 


가스 점검은 일년에 두번 통상적으로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점검을 나오신 아주머니의 황당한 행동에 열이 확 받았다. 아주머니가 가스 점검을 하시는 동안 난 아이패드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옆에서 멀뚱히 구경하는 것도 어색해서 점검원 아주머니가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나름 배려한 것이다. 여성 검침원이나 가스 점검원 분들이 남자 혼자 있는 집에 들어 가면 상당히 불안하고 부담 스럽게 느낀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닌게 아니라 얼마전 수도 검침을 나갔던 50대 여성이 살해를 당한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마침 아내도 회사에 나가고 혼자 집에 있는데, 아주머니가 오셨으니 그분이 부담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스가 설치된 부엌과 보일러실만 안내해 드리고 나는 내 볼일을 봤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터지고 말았다. 


아주머니가 돌아가고 나서 두시간 정도 지나 라면을 끊여 먹으려고 가스를 켜려다가 화들짝 놀랐다. 가스 벨브가 보란 듯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아주머니가 점검을 위해 열어 놓고 그냥 간 것이 확실해 보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스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점검을 나온 사람이 가스 안전은 커녕 되레 고객을 '위험'에 빠뜨리고 갔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홧김에 가스 공사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제기할까, 아니면 점검 나왔던 아주머니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강력하게 항의를 할까하고 생각하다가 결국은 그냥 참았다. 사람이니 한번쯤 실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쓴 것은 개운하지가 않아서다. 가스 점검 나온 사람이 가스 벨브를 열어 두고 간 것은 지금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일하다 딴생각을 했거나 아니면 원래 정신이 없는 사람이란 생각도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그분은 이런 일을 해선 안된다. 


가스점검의 목적은 가스안전인데, 아무리 정신이 없고 머리 속에 딴 생각이 들더라도 벨브를 열어 두고 가는 실수는 절대로 해선 안될 일이기 때문이다. 가스 공사는 점검원들의 기본교육부터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