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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에서

한강 자전거 도로가 그립다

 

 

 

지방으로 이사온지 한달 정도가 되었는데 벌써부터 서울이 그립다.

바둑판 처럼 깔끔하게 펼쳐진 강남의 거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고층 빌딩들, 밤이면 켜지는 거리의 화려한 네온싸인. 물론 내가 그리워 하는 것은 이런 조악(?)한 것들이 아니다. 한강 주변으로 펼쳐진 자전거 도로만 콕 집어 그리운 것이다.

시골에 내려오면서도 내가 서울에 대한 향수병에 걸린다면 아마도 자전거 도로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서울의 한강과 자전거 도로를 이삿짐에 싸서 가져 오고 싶다는 무모한 생각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강 자전거 도로에 대한 나의 짝사랑은 이사 온 지 한달도 안되어 시작되었다. 시골에 내려와 보니 자전거 도로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자전거를 타려면 천상 차도와 인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인도는 노면이 고르지 않아 펑크의 위험성이 컸다. 그렇다고 차도로 가려니 차동차들의 경적은 또 왜 이리 자주 울리는지 귀청이 떨어질 지경이다.

실제로 시골의 도로에서 자동차 운전을 하다보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자전가 애물 단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신호등이 없는 도로에서는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가 없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에게 예민하게 구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 운전자, 교통약자인 보행자와 자전거 보호해야

하지만 자전거는 자동차에 비하면 교통 약자다. 자전거는 자동차에 스치기만 해도 운전자가 크게 다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보행자의 경우는 더하다. 보행자는 차나 자전거나 가릴 것 없이 스치기만해도 다칠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 운전자는 다소 짜증이 나더라도 교통 약자인 보행자와 자전거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우선 해야 할 것 같다.

현재로서는 그것만이 자전거 도로가 없는 시골 도로에서 자전거와 보행자 그리고 자동차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지난 4월 22일은 자전거의 날이었다. 자전거의 날은 전국민의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0년 6월 29일에 제정되었다. 자전거의 날이 제정된지도 올해도 벌써 7년째를 맞고 있다.

하지만 시골에서 맞은 첫 자전거의 날은 나에게 서울 한강의 자전거 도로에 대한 깊은 향수만을 남긴 채 그렇게 힘없이 지나 갔다.

 

* 사진은 조카 진민수가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