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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야 뭐하니?

바보야, 문제는 섬마을 치안 부재야

최근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서 지역 주민들에 의한 여교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직후 불똥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주로 선거철에 등장하는 '전라도 비하' 현상이 또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아이디 마블사랑은 모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포털, 커뮤니티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신안군 사건 이후로 전라도 비하글과 댓글 천지다'라며 '심지어 신안군이 김대중 대통령 고향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을 엮어서 비하하는 글도 많다'고 토로했다.


물론 전라도 특히 신안군 지역에 대한 일부 누리꾼들의 근거가 부족한 반발과 비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2014년 신안군에서 있었던 '염전 노예 사건' 때도 일부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전라도에 대한 비하 게시글과 댓글이 올라 오기도 했다.


이런 기억 탓인지 이번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서는 아예 대놓고 '전라도 사람'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라도 비하 행태는 전혀 근거도 없을 뿐더러 사건 해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에 불거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핵심은 심야 시간에 술에 취한 여성을 남성 여럿이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가 여선생이란 점에서 다소 자극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경향도 있다. 또한 2014년의 '염전 노예 사건'의 경우 장애인인 A씨와 B씨는 반 감금 상태였다.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이들은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다.


물론 이 두 사건은 지역 주민들의 '비뚤어진 공동체 의식' 탓에 사태가 더욱 악화된 측면도 있다. 특히 염전 노예사건은 장애인 두명이 노예 상태에 있었는데도 일부 지역 주민들은 이를 묵인했다. 또 누구하나 나서서 이들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최근에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경우에도 일부 주민이 가해자들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이런 비뚤어진 공동체 의식은 얼마든지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마치 '전라도 사람 혹은 전라도'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인냥 비난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옳지 않다. 


전라도가 아니라 섬 마을 치안력 부재가 사건의 본질 


엄밀히 따지면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염전 노예 사건의 공통점은 대한민국의 치안 사각 지대에서 벌어진 반인륜적인 범죄란 점이다. 실제로 이 두 사건은 인구가 2000명 남짓인 작은 섬마을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흑산도의 경우 인구 2100명, 염전 노예 사건이 있었던 신의도는 1900명 남짓한 주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두섬의 관할 관청인 신안군에는 경찰서조차 없다고 한다. 언론에 따르면 신안군에는 목표 경차서 소속의 파출소만 있을 뿐이다. 이처럼 이 지역의 치안 상황은 액면 그대로만 봐도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의 본질은 사건이 발생한 전라도 신안군이 아니라, 치안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한  '대한민국의 작은 섬마을'에 촛점을 맞춰 파헤쳐 져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반인륜적인 범죄가 발생할 때 마다 지역을 들먹이며 조롱한다면 아마도 경기도 서남부 지역은 대한 민국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경기도 서남부 지역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이어진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주무대 이기도 하다.


이뿐인가. 희대의 살인마 강호순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에서만 7명의 여성을 살해했다. 오원춘 사건과 최근의 안산 대부도 토막 살인 사건 또한 모두 경기도 서남부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누구하나 경기도 서남부 주민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기도 서남부 지역의 치안을 걱정하는 목소리만 더 커질 뿐이다. 하지만 이런 정상적인 사고 방식은 전라도에만 대입되고 나면 무너지곤 한다. 


물론 그 이면에는 골 깊은 지역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지역 감정은 주로 정치적 성향으로 대립하고 있는 전라도와 경상도 혹은 여야의 갈등이다. 일부 누리꾼들이 '신안군=김대중 대통령 고향=우범 지역'으로 엮어 비난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이성적인 태도는 사건의 본질에 접근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혹시라도 이번 사건을 '전라도 비하'로 몰고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세력이 있다면 이쯤에서 그만 둘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