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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야 뭐하니?

촛불정국 학자들의 거리좌담

사탄? 국민 바보로 아나…대책 커녕 가슴에 불
한겨레 신문 바로가기

홍성태=촛불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100여일 동안 보여준 모습에 대한 총제적인 저항이거든. 이 정부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꼽자면 착각·무지·독선이야. 무슨 뜻이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된 것은 맞아. 하지만 그때 이 대통령의 득표수는 전체 유권자의 32% 밖에 안됐거든. 사람들이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져 ‘경제나 살려봐라’라고 뽑아준 것이지, 이 대통령의 철학에 공감한 전폭적인 지지가 아니었거든. 그런데도 자신이 온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것으로 착각을 했고.
두번째로는 무식해. 내가 이렇게 무식한 정부는 처음 봤다. 대운하나 쇠고기 정국에서 장관이나 청와대 요직에 앉은 사람들이 툭툭 내뱉은 말을 보면 그렇고. 국민들에게 ‘사탄’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무식한 정부가 어디 있냐, 그런데도 무지 독선적이거든. 국민을 완전히 바보로 알아. 정부가 가르쳐 줄 테니 국민들은 따라 오라는 거거든. <중략>
사회관심 변화, 이대통령 뿐 아니라 진보도 놓쳐
홍성태=이미 사회는 크게 변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그걸 보지 못한 거지. 이미 10~15년 전부터 사회의 관심은 이념이나 권력 자체보다 각자의 건강과 생명 쪽으로 변해왔거든. ‘웰빙’이란 말이 인기를 끌게 된 것도 꽤 오래 전 일이잖아. 이번 사태를 보면서 깜짝 놀랐어. 우리 국민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거든. 사실 나를 포함한 진보 진영도 그 흐름을 따라 잡지 못한 것 같아.
우석훈=그렇죠. 경제가 발전하면 그에 따라 사회도 변하고 건강 문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죠.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맥도널드 하면 약간 고급스런 느낌이 있었쟎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도 이제 맥도널드는 나쁜 음식이다, 학생들이 돈 없어서 먹는 거다, 이렇게 바뀌었죠.
식품 안전이라는 게 국민소득 함수거든요. 노 대통령 초기에 1만5천불이었고, 지금은 2만불이죠. 그때와 지금과도 인식이 많이 틀려요.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과 기준이 무지 높아졌죠.
홍성태=지금은 양에 대해 말 안하고 질에 대해 말하잖아.
사회=그런데 이 대통령은 중국에서 오자마자 이제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게 됐다고 했으니…….
홍성태=바로 그 점이 문제야. 대통령이나 정치 권력의 인식은 우리가 못 살고 못 먹던 70년대 인식에 머물러 있으니까. 바쁘게 권력 투쟁하다 보니까 사회 변화에 상대적으로 무지해 진 거야. 보수나 진보 양 쪽 모두 다.
지난 번에 울리히 백이 한국에 왔을 때 나온 얘기지만, 고도의 산업사회에서는 모든 사회의 위험 지수가 높아져. 그리고 사회가 탈 정치화되어 가거든. 그것은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진다는 게 아니라, 쇠고기 정국에서 드러난 것 처럼 비정치적인 것이 정치화되어 간다는 얘기야.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권력이 바뀌면 모든 게 바뀐다는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촛불정국에 대한 학자들의 인식이 국민의 정서에 가까이 다가 서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아직도 그런 인상을 주지 못하고 촛불이 사그라 들기만을 바라고 있는 듯하다.

사태의 근복적인 해결 없이는 비록 촛불이 사그라 들더라도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백일 만에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가 과연 5년 국정을 책임지고 잘 이끌어 나갈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이런가운데 학자들의 목소리를 이 정권이나 소위 말하는 자칭 우파 세력들이 제대로 귀담아 들을 것인지, 그럴 만한 능력이나 있는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