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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칼럼

발상의 전환 이룬, 사제단의 시국미사

7만 시국미사 행진, 평화롭게 마무리
뷰스앤뉴스 최병성 기자

7만여명의 장엄한 촛불행렬이 30일 밤 10시께 서울광장에 모두 도착해 자진해산했다. 아직도 5천여명의 시민들이 광장 곳곳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지만 가두행진 등 추가 집회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모처럼 평화로운 촛불집회 분위기를 되찾았다.

사제단 총무 김인국 신부는 "오늘은 반드시 집회를 평화적으로 마무리지어야한다. 우리의 의지를 평화적으로 저들에게 보여줘야한다"고 호소한뒤 "내일부터 다시 매일, 촛불을 들자"고 여러 차례 평화집회를 호소했다. 김 신부는 그러면서도 "7월 5일 전국 집중 촛불 집회도 잊지 말아달라"며 "평화적인 비폭력의 촛불은 아직 꺼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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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는 감동 그 자체였다. 공권력의 강경진압으로 시민들의 몸과 마음에 상처가 깊게 생기던 시점에서 사제단의 미사는 '촛불'에 큰 힘을 실어 준 듯 보인다.  

이날 모처럼 평화로운 집회를 보며, 감동은커녕 '꼼수'로 위기를 넘기려 드는 정부가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사제들이 보여준 촛불 해법, 발상의 전환
 
사제단의 시국미사가 감동적인 이유는 촛불 민심을 정확히 읽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성명을 발표해서만은 아니다.  

이번에 사제단이 보여준 '발상의 전환'은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촛불은 '몇만 촛불 모이자'하며 지나치게 촛불의 숫자에 집중했다. 물론 이것은 경찰에 의해 여지없이 축소 발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종의 선전전인데, 광우병 대책위가 10만 촛불이 모였다고 밝히면 경찰은 이를 1-2만 정도로 대폭 줄여서 발표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사제단은 그들 특유의 지혜로움으로 이런 논란을 단숨에 불식시켰다. 그 뜻이 거룩하다면, 시민들은 그것을 명분삼아 알아서 모이게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촛불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모인 숫자가 정 궁금하다면 촛불집회에 직접 나가 각자가 확인하면 될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촛불집회에는 강박증이 하나 생겼다. '청와대 진격'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대통령에게 촛불의 뜻을 가까이서 전하고 싶은 의지는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그 뜻을 진심으로 받아 들일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촛불들은 청와대 진격과정에서 '명박산성'에 가로 막혀 정부가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것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그 와중에 촛불들은 경찰의 강경진압으로인해 물대포와 방패, 곤봉으로 실컷 두들겨 맞기도 했다.  

그러나 사제단은 이런 정공법 보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우회로를 택했다. 북쪽의 청와대를 버리고, 남쪽으로 행진을 시작한 것이다. 사제단의 이런 발상은 최근 경찰의 강경진압에 번번히 말려들던 촛불들에게 한박자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했다.  

그리고 그것은 최근 일부 언론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촛불에 대한 '오해'도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소통이 안되는 청와대 보다는 소통 가능한 '민심'을 먼저 끌어 안자는 사제단의 행진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