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멋대로 칼럼

아직도 촛불시위의 배후가 궁금한가?

외고집인 사람일 수록 좀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오히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속성까지 보인다. 최근 중국에 다녀온 MB는 보좌관들에게 "(촛불은) 누구돈으로 샀고, 배후는 누구냐"라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는 절대로 국민과 소통을 할 수가 없다.

MB의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MB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당선직후 MB는 "이제부터 서서히 이명박 효과가 나올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올해초부터 국제 유가는 사상최대로 치솟았고 덩달아 물가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물론 이것은 MB의 탓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 다음부터 이어진 실책들이었다. 마치 점령군처럼 기고만장한 태도로 임했던 인수위가 그 시발점이었다. 뒤이어 MB 정부는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란 꼬리표를 붙였다.

급기야 '미친소 파문'이 터지면서 MB는 민심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MB도 촛불 시위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촛불 시위대 그들은 누구인가

하지만 그것이 '배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오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배후는 다름 아닌 성난 민심이기 때문이다. 촛불시위에는 단순히 '광우병 쇠고기' 를 반대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촛불을 들고 나온 고교생들이 그랬고,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주부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또다른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 이 부류는 미국산 쇠고기에도 반대하지만, 쇠고기 협상 과정 자체에도 분노했을 것이다. 이번 협상은 누가 보더라도 졸속이었고, 부실 투성이였다. 그때문에 MB는 국민앞에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그들이 MB에게 원한 것은 단순한 사과가 아닌 재협상이었다.

그러나 끝내 약간의 수정을 거친 '고시'가 강행되면서 시위는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때부터 촛불시위에는 '광우병 반대'의 수준을 넘은  'MB OUT'이란 피켓까지 대거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협상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아마추어 정부를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MB가 배후로 지목하고 싶어하는 이른바 '좌파 세력'들까지도 재결집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세력, 즉 노무현을 지지했다가 그에게 실망해 일시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해진 30-40대 까지도 촛불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만'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MB 정부의 대운하 정책이나, 각종 정책들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촛불시위에는 이처럼 다양한 이념이나 가치를 지진 사람들이 모여있다. 누가 누구에게 '지시'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들에겐 '공공의 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MB, 대통령인 것이다. 공공의 적을 향해 똘똘 뭉친 민중은 어느 누구도 쉽게 통제하기가 어렵다. 물론 공권력으로 이들을 일시적으로나마 탄합할 수 있을런 지는 모르겠다.

대운하 포기하고, 당분간 자중해야

그러나 MB가 지금처럼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제2의 '미친소 파문'을 불러올 정책을 고집한다면, 이정부는 집권기 내내 시위대를 진압하는데 국력을 소진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런대도 정부는 여전히 대운하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쯤에서 MB는 전임 노무현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문제로 정치적 시험대(탄핵)에 올랐다. 그것은 민중의 뜻이 아닌 정치인들, 즉 한나라당과 구민주당 세력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위기의 노무현은 국민투표를 통해 소생했다. MB는 이것조차도 '배후'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하는가.

또, 탄핵에서 노무현을 구했던 민중들이 이번에는 오히려 반대로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촛불을 켜고 있다. 그동안 숨겨왔던 MB에 대한 다양한 분노가 동시 다발적으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운하 문제까지 가미되면  그것이 바로 노무현의 '행정수도 이전'에 버금가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MB는 알아야 한다.  
 
더구나 최근 공권력은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물대포까지 발사하며 부상을 입혔다. (1일 현재 시민들의 부상 정도도 아직 다 확인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기사 링크 )

사태가 이쯤되면, 단순히 장관 몇명을 교체한다고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