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방송법에 한국방송공사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대통령의 임명권에는 광의적으로 해임 권한도 포함돼 있다고 보고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20일 "KBS 이사회가 조만간 정연주 사장에 대해 해임건의를 하면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고 새 사장을 임명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실경영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와 천 5백억 배임횡령 고발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등에도 불구하고 정 사장을 자진사퇴시킬만한 결정적인 개인 비리가 나오지 않았다"며 "현실적으로 정 사장을 물러나게 하는 것은 해임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정부와 KBS이사회의 교감 속에 이같은 방침이 정해졌다"고 밝혔다.
갈수록 태산이다. 법으로 정해진 KBS 사장의 임기를 정부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세상이 온 모양이다.
만약 이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정부에 '희망'이란 단어는 더이상 없다. 오히려 절망이다. (아참, 희망은 애초에 없었나?)
한나라당은 역시 정부랑 궁합이 아주 잘 맞는 모양이다. 이른바 '차떼기 정당'이란 비판에서 아직 온전히 자유롭지 못한 그들이 정권을 잡자 마자 오만한 태도로 돌변하는 것을 보니, 그 당 또한 '절망'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 그들이 쥐고 있는 권력의 맛은 꽤 달콤한 모양이다. 아마도 너무나 맛있고 달콤해서 그 맛에 한없이 취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나치게 취하지는 마시라. 그 달콤한 맛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아무리 맛있고 단 사탕이라도, 입안에서 녹아 내리고나면 그 맛은 곧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맛을 너무 자주 즐기다 보면 입안에 충치가 생길 수도 있다.
권력이 손안에 있을 때, 당신들의 대한민국에서 당신들 만을 위한 잔치를 마음 껏 즐겨 보시기 바란다.
대신 조건이 있다.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하기. 그리고 나중에 딴소리하지 않기. (관련 글) (지지율 20%대의 대통령이나 그를 탄생시킨 여당에게 과연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 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 아래에 칼럼니스트 이기명씨의 글을 소개한다. '신이 내린 정당' 한나라당이 명심해야 할 것이 많은 듯 보이기 때문이다. 글은 인터넷 신문 데일리서프라이즈에 올라온 것이다.
하나님은 아직도 한나라당을 사랑하신다
‘천막당사는 한나라당의 현실이다.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바닥에서 시작하자.’
2004년 3월24일 박근혜 전 대표는 천막당사 신세가 된 한나라당의 운명을 겸손하게 받아 드리며 참회했다. 속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그 때 한나라당의 표정만은 처연했다.
‘차떼기’는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추악한 기록이다. 2002년 한나라당이 대기업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거두어 드리며 현금이 너무 많아 아예 돈 실은 트럭을 통째로 넘겨받은 사건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삼성 340억. 엘지 150억, 현대차 109억, SK 100억, 한화 40억 등 총 8백억이 훨씬 넘는 불법 대선자금을 긁어모았다.
얼마나 많이 모았던지 대선이 끝난 후에도 미처 쓰지 못한 현금이 라면상자에 담겨 한나라당 재정위원장 실에 쌓여 있었다. 떡 고물인들 얼마나 많이 떨어졌을까.
이회창은 2003년 10월 ‘차떼기’가 들통 나고 핵심참모들이 줄줄이 구속되자 비장하게 선언했다.
“법적인 책임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나에게 있다. 감옥에 가더라도 내가 가야 마땅하다’. ‘불법 대선자금 모금은 내가 모두 시켜서 한 일이며,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고백한다’ 정계는 은퇴한다.”
지금 이회창은 어디 있는가. 은퇴했는가. 무슨 말씀. 아주 건재하시다. 자유선진당 총재이며 국회의원이다. 대통령 출마 또 했다. 대법관과 국무총리를 역임, 대쪽이라 불렸던 법조인 이회창의 두 얼굴을 국민은 지금 기억하고 있을까.
지금 이회창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 그가 총재로 두 번이나 대통령 후보를 했던 한나라당을 말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 때 사라졌어야 할 정당이다. 더 이상 썩을 곳이 없을 정도로 부패한 정당이었다. 썩은 냄새가 탕진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이다. 한나라당이 살아났다. 용서하신 것일까. 기회를 주신 것이라 믿는다. 그 많은 죄를 저질렀으니 좋은 정치 좀 하라고 기회를 주신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은 한나라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절대 다수당이 됐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이렇게 완벽한 다수당을 만들어 주셨으니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이 좋은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도 그런 각오를 했을 것이다.
국민은 이제 한나라당 출신의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펼치는 좋은 정치의 혜택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
탄핵도 막아주고 다수당을 만들어 주었는데도 국민에게 보답을 못한 참여정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가장 상쾌한 삶을 보장할 것이라고 믿고 착한 백성노릇만 하면 된다.
그러나 어쩐 일인가. 하느님은 또 다시 한나라당에게 시련을 주신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부시와 만나 쇠고기 협상을 타결했는데도 국민들은 이해를 못하고 광우병 쇠고기가 들어온다고 물대포를 맞으면서도 촛불을 들고 나섰다.
일본의 후꾸다 수상을 만나서는 과거사에 얽매여 일본과 소원하게 지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과거에만 매달리면 오늘과 미래를 살 수 없다고 통 큰 외교력을 과시했는데 국민은 역시 이를 이해재 주지 않고 일본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난한다.
중국은 구시대적 한미동맹을 아직도 고수하느냐고 정상회담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 면전에다 비웃고 북한은 금강산에서 일을 저질렀다. 하느님은 도처에서 시련을 주신다. 이유는 아직도 한나라당을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이동관 대변인의 불법 토지구입에도 끄떡없이 그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봉사하도록 놔두시는 것 역시 한나라당을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하느님이 한나라당을 사랑한다고 확신한 것은 바로 서울 시의회 의장선거에서 김귀환 의장 후보가 한나라당 시의원 30명에게 밥값을 주고 구속된 사건을 보고 난 다음이다. 자신을 의장으로 찍어 달라며 밥이나 먹으라고 밥값으로 100만원에서 600만원 까지 주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모은 800백여 억 원에 비하면 까짓 3900만원이야 새 발의 피가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죄질의 있어서는 김귀환이 더욱 고약하고 돈 받은 시의원들이 훨씬 악질이다. 이들은 시민이 뽑은 시의원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분노하는 시민들의 말을 차마 여기서 옮길 수가 없다. 그대로 옳기면 그들은 광화문에서 맞아 죽어야 마땅하다. 그 정도의 막말 욕설이이다.
거기에다 부산시의회 의장 선거. 대구시의회 그리고 서울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사자들은 후원금이라고 강변한다. 장광근이라는 시 당위원장도 애매모호 미적거린다.
고생하는 동료의원들이 안쓰러워 밥 사먹으라고 돈을 주었다는 김귀환이니 얼마나 착한 사람인가. 칭찬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지 모른다. 장광근이 말한다.
“아직은 이런저런 설만 있는 것 아니냐. 징계수위를 결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던 한나라당 간부들도 이제는 사건의 본질이 보이는 보양이다. 찔끔한다. 징계를 한다고 법석이다. 두고 볼 일이다.
돈 받은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세상이 다 안다. 이미 그들은 한나라당과 함께 시련의 바다를 허우적 거리며 건너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바다를 건너다가 불행을 당할까 걱정이다. 왜냐면 하느님이 한나라당에게 시련을 주시다가 이번에는 화가 좀 나시어 혹시 중도에서 포기하시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다. 그래도 참으셔야 한다. 국민에게 좋은 일 하도록 더 기회를 주셔야 한다.
신재민 차관 같은 사람은 YTN 사장 임명과 정부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하지만 그런 말 하면 대접 못 받는다. 40초 주주총회장에서 울부짖는 기자들이 절규를 귀에 쟁쟁하다.
“선배님. 부끄럽지 않습니까. 함께 술을 마시며 올바른 언론인이 되라고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후배 기자들이 잘못 들었을지 모른다. 편집국장을 비롯한 간부 기자 선배들은 시류에 잘 편승하는 것이 올바른 언론인의 길이라고 했는지도 모르지 않는가.
문득 생각이 난다. 구본홍을 알고 있다. 활달, 씩씩, 사내답다. 같이 밥도 먹었다. 언론에 대해서 대화도 나누었다. 그가 늘 주장하는 것은 정론이다. 언론이 병들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구본홍이 이명박 후보의 방송특보를 한다고 했을 때 참 잘 됐다고 생각했다. 언론과는 별로 인연이 없던 이명박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했기에 구본홍이 언론의 정도를 제대로 가르쳐 주리라고 굳게 믿었다. 여의도에서 만나면 격려도 했다. 남들이 YTN사장 내정이라고 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나무랐다.
그러나 지난 14일 주총이 무산된 이후 17일 상암동 DMC에서 40초 사장이 되었을 때 탄식을 했다.
‘아아 하느님이 정말 한나라당에게 시련을 주신다. 구본홍에게 시련을 주신다. 귀신이 씌지 않았다면 저럴 수가 있는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참 더럽게 비꼰다고 할지 모른다. 아주 아니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난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이 정말 바른 정치를 하고 그래서 국민의 지지를 받기를 원한다.
국민에게는 어느 정당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진실로 국민을 위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정당이라면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없다.
문제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다. ‘차 때기’의 오명을 숙명처럼 지고 있으면서도 정신을 못 차리는 한나라당과 출범 5개월 만에 10%대로 내려앉은 대통령 지지도를 보면서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솔직히 말 한다. 현재로서는 자신이 없다. 포기가 맞다. 그러나 집권당이다. 국민이 뽑아 준 대통령이다. 도덕불감증이라는 중병에 걸려있는 한나라당에게 무엇이 약인가. 자신들이 잘 알고 자신들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느님이 아직은 한나라당을 사랑하신다. 그러기에 이렇게 시련을 주시는 것이다. 마지막이다. 더 용서하시면 하느님이 원망을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