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좀처럼 소설을 읽기가 어렵다.
긴 호흡의 문장도 싫고, 소설을 통해 공감 가능한 '허구'를 찾아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내 상상력은 갈수록 곤핍해지는 듯 보인다.
생각해 보면, 나는 애초부터 긴호흡의 장편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때는 한국 단편 소설에 심취해 1920-30년대의 나도향이나 염상섭 김동인 등의 작품을 모조리 읽었던 기억이 난다. 모두 장편이 아닌 단편 소설이었다.
이런 편향은 영미 문학에도 그대로 투영되었다. 마크트웨인의 단편 소설만 골라서 읽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나마도 읽지 않는다. 요즘은 소설 대신 주간지를 읽고, 인터넷으로 신문 기사를 주로 살핀다.
그 안에는 소설 보다도 더 소설같고, 드라마 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내용들이 많다. 차라리 현실이 아닌 소설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건'도 그만큼 많은 것이다.
어느 순간 나는 '현실없는 소설'이 아닌, 소설같은 현실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살고 있다. 소설의 긴호흡을 따라 세상을 관망하기에는 세상은 어느새 너무도 많이 그리고 너무나도 복잡하게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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